교육 볼모 자존심싸움…교육행정 차질 불가피

▲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간 자존심 싸움으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자 이를 질타하고 나선 학부모들.

“도의원·공무원이 도민 앞에서 뭐 그리 대단한 자존심 부릴 일 있다고 이 지경입니까. 대체 도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길래 그러는 건 지…. 경기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이란게….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안산시 본오동에 거주하는 이모[43·여]씨의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을 향한 성토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이 교육을 볼모로 벌이고 있는 무모한 자존심 싸움으로 인해 도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의회는 현안사항인 4천억 원에 달하는 도교육청의 추경예산안을 포함해 광명과 안산, 의정부 지역의 고교평준화 시행 조례 등 19건의 조례와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특히 고교평준화의 경우 이달 30일까지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내년 시행이 불가능해 진다.

◆도의회 vs 도교육청 기싸움 왜?
처음부터 의회와 교육청의 기싸움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당초 경기도교육청 내 간부직원들의 알력싸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양 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24일 배갑상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이 도교육청 기획예산담당관실의 업무추진비 감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의회 교육위원회 이재삼 도의원이 거론되면서 사태는 커지기 시작했다. 배 감사관은 이재삼 도의원이 기획예산담당관실의 감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발끈한 이 의원은 대변인실, 행정관리담당관실 감사 결과 자료를 요구, 배 감사관에 대한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이후 이 의원과 배 감사관의 갈등이 지속됐다. 이 의원은 이 일과 관련해 교육청이 자신을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있다고 밝혔고 배 감사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지난 달 9일 교육위원회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이때부터 갈등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교육위원회가 교육청의 업무보고 거부에 대해 문제 삼았고 도의회는 김상곤 교육감의 본회의장 사과 및 배 감사관 징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사과 대신 본회의 불참으로 맞섰고 양측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지난 15일에는 이재삼 의원이 배 감사관에 대해 명예훼손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조치를 취했다.

◆막장싸움 지속 전망…피해는 시민 몫
이 사태와 관련 도교육청 이홍동 대변인은 “도의회 의장이 요구하는 교육감의 본회의 사과나 감사관에 대한 인사조치는 지방교육자치 훼손은 물론 독선에 가까운 의회 권위주의 행태”라고 비판했고 도의회 정기열 민주당 대표의원은 “도교육청 간부가 업무보고를 거부한 것을 한 달여 동안 방치하고, 법률로 정한 본회의 출석 규정마저도 어기는 등 의회를 경시하면서 교육자치 훼손 운운하는 것은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처럼 도의회-교육청간 막장 자존심 싸움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3월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김상곤 교육감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출장이 이유였다. 하지만 의회의 막무가내 사과요구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도의회 사무국 직원 A씨는 “양 기관 수장들은 자신의 명예[?]가 달린 싸움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이번 갈등은 어느 한쪽이 무릅 끓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갈등지속을 전망했다.

이들의 쫀쫀한 자존심 싸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으로 남게 됐다.
학교폭력 문제를 비롯한 고교평준화 시행문제 등 20건에 달하는 조례가 표류함에 따라 교육행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4천억 원에 달하는 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이 미뤄지면서 시급한 현안사업 해결에도 제동이 걸렸다. 결국 양 기관의 자존심 싸움에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